[칼럼]앞뒤가 바뀐 ‘노동 개혁’
[칼럼]앞뒤가 바뀐 ‘노동 개혁’
  • 김형배 논설주간
  • 승인 2014.12.0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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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이래 기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을 상시적으로 허용해왔다. 그 결과 17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고용의 질은 현격하게 나빠졌다. 2014년 8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정부추산 607만명, 노동계 추산 852만명이다. 최소한 전체 노동자의 30% 이상으로 적지 않은 규모이다. 

그런데 올해 겨울 들어 월급쟁이들은 또 다시 해고 공포에 휩싸여 한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방침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정규직 노동자를 겨냥한 것들이다.

“정규직 해고 요건이 너무 까다로우니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과보호’ 하지 말고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것이 정책 고위 담당자들이 한 발언의 핵심 내용이다. 이들은 과도한 고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불안해 하니 정규직 과보호에서 벗어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서 경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는 그럴 듯한 논리를 내세운다.

최 부총리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직된 고용관행이 일자리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도 모자라 이제부터는 정규직 노동자도 줄여 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숫자에 매몰되어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드는 것보다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한치도 나아진 것이 없다. 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정부 정책은커녕, 공약이었던 전일제 좋은 일자리 확충과 비정규직 일자리 개선에 관해서도 이렇다 할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전 정부에서와 똑같이 여전히 고용은 불안정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2014년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자료를 이용한 통계청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100만원 이상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또한 사회보험의 직장가입이 정규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관리들의 이런 인식은 당장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 대신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를 겨냥한 듯 받아들여져

또 다른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성을 가속화하는 정책은 최근 최 부총리가 주장한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도 부합되지 않는 정책이다. 거시경제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고용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투자 촉진보다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대선 박 대통령도 비판적이었던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약대로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는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질을 개선하는 상향 평준화를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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