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2.13 수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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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열심·뒷심'으로 유리천장 깨뜨린 KB금융그룹 첫 여성CEOKB신용정보 김해경 대표, 채권추심업 진두지휘 '화려한 변신'…업계 파란 일으킬 '우먼파워' 기대
   
▲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이사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김해경(57) KB신용정보 대표이사는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2일 시무식을 시작으로 워크숍 2개를 해치우고 며칠전에는 점포장 인사 이동까지 마쳤다. 스스로를 '일 중독'이라고 부를 만큼 취임하자마자 일에 푹 빠져 지냈다.

김 사장은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탄생한 그룹의 첫 여성 CEO다. 지난해 KB신용정보 부사장으로 취임한 뒤 1년만에 사령탑에 올랐다.

은행 '영업통'이던 그에게 신용정보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난 1년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배웠다. 이제는 그간의 노력을 성과로 보여줄 차례다. 업계를 바라보는 이미지도 개선해야 한다. 임기 1년, KB신용정보를 짊어진 그의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업계 발전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의 집무실은 N서울타워와 63빌딩이 보이는 서울역앞 게이트웨이타워 23층 건물 맨 꼭대기에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적막한 걸 싫어해 평소 라디오를 켜놓는다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요즘 종교방송을 듣는다. 기도하며 때때로 힘을 얻는단다. 세례명은 '마리아'다.

지난 13일 인터뷰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창 밖에 소복히 쌓이는 눈을 배경으로 따뜻한 차와 함께 정감있는 대화가 오갔다. 

♦ 외교관 꿈꿨지만 어려운 형편에 입행…'유리천장' 높지만 남보다 일 3배 더하며 버텨

그는 원래 금융인을 바라지 않았다. 고등학생 땐 외교관이 꿈이었다. 그런데 고3때 가세가 기울면서 공부를 계속하기 어려워지자 이모의 권유로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당시만 해도 취업문은 지금처럼 좁지 않았다.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직원을 뽑을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은행일도 적성을 찾은 뒤부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리어가 됐다.

'유리천장'은 늘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사평가에서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경력이 적고 어려도, 남성이고 기혼이면 우대해주는 식이었다. 영업점 대신 본부에 있다보니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지기도 했다. 김정태 행장이 취임하고 여성 점포장 발탁 기회가 있었지만 잡지 못했다. 자존심에 금이 가고 사직 고비도 여러번 있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평소보다 일을 3배 이상 열심히 했다. 동일한 처우를 받기 위한 특단의 방법이었다. 

"힘든 시기였어요. 책임자에게 할 말, 못할 말 다하고 서러움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도 자존심과 오기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결과에요."

그의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다. 우수사원에게 주는 상도 4~5번 받았고, PB센터에서 근무할 적엔 실적 1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첫 수석지점장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2012년엔 임원 승진의 '등용문'이라는 서울 여의도 영업부에 입성, 영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역본부장으로 임용되며 임원으로서 승승장구한다. 

♦ '성역' 허물고 여성리더십으로 업계 발전시킬 것…임대차 조사업으로 수익확보

   
▲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이사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신용정보회사는 채권회수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추심업무를 한다. KB신용정보는 주로 KB금융 내 채권을 도맡아 처리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KB신용정보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는 기관에 인사를 갔는데 어느 분이 '여성이 일한 적 없는 어렵고 힘든 곳에 발을 디딘 것 같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여성으로서 새로운 눈과 방향으로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채권추심업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풍토가 자리잡혀 있고 업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아서다.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자산 건전화 바람이 불면서 부실여신이 줄다보니 시장 여건이 나빠졌다. 업계 불황으로 수익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김 사장이 꺼낸 카드가 바로 '임대차 조사업'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임대여부를 따진 뒤 대출금액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 지를 조사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여기에 그룹에서 위임한 채권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회수에 적극 매진할 예정이다. 

"기존에 잘 다져진 틀이 있지만 저만의 경영방식이 깃든 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여성과 남성이 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리더십 또한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김 사장의 캐치프레이즈는 '초심·열심·뒷심'이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부터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하는 게 중요하고, '열심'을 다해 일하는 사람은 당해내지 못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마지막까지 초심을 지켜내는 '뒷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가르쳤다. 관리자들에게는 항시 '체크' 하라고 지시한다. 주어진 일은 잘하고 분배는 잘하는데 체크업을 못하면 말짱 헛수고이기 때문이다. 

"집안 식구들 중에 은행원들이 많아요. 삼촌, 이모 다 은행원들이고 아직도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 분들은 제게 늘 '정도'를 걸으라고 하세요. 그게 오래가는 길이고, 거기에 답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메시지는 항상 마음에 지니고 있어요. 그게 저를 지키는 힘입니다."

♦ 두아들 키우는 워킹맘 "못챙겨줘 늘 미안해…그래도 자랑스러운 엄마 되고파"
 
   
▲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이사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김 사장은 워킹맘이다. 그에게는 다섯 살 터울인 두 아들이 있다. 첫째는 어엿한 사회인이고, 둘째는 대학생인데 현재 군복무중이다. 직장인들이 그렇듯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일을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다행히 친정 어머니의 도움으로 육아 걱정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잘 챙겨주지 못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저를 안 좋아해요.(웃음) 그래도 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요."

김 사장은 이날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을 볼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아들을 데리고 맛있는 밥을 사먹일 계획이란다. 자식 걱정에 밤잠 못이루는 전형적인 '아들바보'의 모습이다.

송금종 기자  sheriff1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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