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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통령이라 예정된 실패?…성별아닌 개인역량 문제"이복실 전 여가부 차관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출간…"비전 아닌 야망 가져야 유리천장 깰수 있어"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끝낸 뒤 저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공직 퇴임 후 집에서 소일하고 있던 이복실(55)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지난해 8월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국제기구에 합격한 맏딸로부터 사회 새내기가 새겨야 할 성공 ‘꿀팁’을 방출해달라는 압력을 받았다.

이 전 차관은 직접 구술 대신 30년 공직 생활의 노하우를 ‘직장 생활의 12가지 요령'이라는 제목의 장문 편지에 담아 건넸다. 고개를 끄덕이는 딸의 모습에 이 전 차관은 편지에 살을 붙이면 대한민국 여성 청춘들을 위한 인생 지침서가 될수 있겠단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이 전 차관이 최근 펴낸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에는 인생 선배가 젊은 직장 여성들에게 전하는 경험담이 진솔하게 녹아 있는데 핵심 키워드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진행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나부터도 국장으로 승진했을때 '이만하면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면서 자기 내면에서 울리는 '유리천장'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우리사회에서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깬 첫 여성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이 전 차관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 '여성은 리더가 될 자질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돼선 곤란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수많은 리더들을 지켜본 결과 리더십의 차이는 성별이 아니라 개인 성격과 특성에 달려 있었다"며 "박 대통령이 못했다고 여성 전체가 못할거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다시 한번 여성을 일반화시키고 평가절하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행정고시 사상 4번째 여성 합격자였던 이 전 차관은 30년간 두 딸의 어머니로서 한국 여성정책 발전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2013년에는 여가부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차관으로 발탁됐다.

2년 반 전 공직을 그만둔 후 현재는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와 미래여성연구소 대표로 일하며 집필과 강연에 몰두하고 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집필 동기는.

"큰 딸이 지난 여름 첫 취직을 했다. 8년 만에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딸에게 '존경받는 지지자를 만들어라' '힘들어도 인내하고 버텨라' '하는 일에 책임을 져라' 등 12가지의 격려와 조언을 담은 편지를 건넸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교분이 있던 출판사가 '여성과 성장'에 관한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대한민국 딸들에게 헌상하는 심정으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

- 우리사회 여성 유리천장이 어느정도 견고한가.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의 고위직 진출 여건이 크게 달라진게 없다. 2012년 기준 대한민국 주요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1.9%, 공공기관 상임이사 여성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공직 사회도 마찬가지다.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이 '쪽수'는 절반에 육박하지만 고위 공무원 비율은 4%도 안된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던 여학생들이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이런 실정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아직도 존재하는 고정관념과 편견, 여성들의 네트워크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양성평등기본법 제정 1년을 맞아 정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니 시민 51.2%가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더라. 그런데 응답자 중 여성은 61%, 남성은 41.2%가 불평등하다고 답해 성별 간 20%p 인식 차이가 났다. 그 간극을 줄이는 일이 우리 사회의 숙제다."

- 남녀 간 실무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보나.

"남성과 여성의 성별 차이보다는 개인 간 역량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여성 리더들을 보면서 리더십의 차이는 성별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능력이나 열정의 깊이라고 생각했다. 인재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여성이 조금만 뒤처져도 '여성이니까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게 현실이다. 직장인이 일에 몰두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별로 수십 가지 수백 가지 다양한데도 여성이 그럴 경우 성별 집단화·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 탄핵정국으로 여성 리더십 훼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면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뽑은 건 아니니 때문이다. 성별의 차이에서 오는 리더십보다 개인적인 성격과 특성에서 오는 차이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못했다고 여성 전체가 못할거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다시 한번 여성을 일반화시키고 평가절하하는 일이다."

- 여성 스스로 '나는 안돼' 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는 최근 펴낸 저서 '린인(Lean In)'에서 여성이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들의 야망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글로벌 선도적 기업 직원 4000명 이상을 조사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위직에 오르고 싶다고 답한 남성은 36%였지만 여성은 절반인 18%에 불과했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자기 한계를 자주 긋는다."

- 내면의 유리천장인가.

"그렇다. 나부터도 국장이 되고나니 '이만하면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에서 임신·출산·육아의 장벽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이다. 사회 유리천장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속에 있는 내면의 유리천장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여성들도 힘든 일을 겪을 때 일을 그만둘 생각부터 하지 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에 가치와 열정을 갖고, 내 인생의 CEO는 본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다보면 어느새 성장해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 책 제목의 포인트가 '성장'인데 여성의 성장비법은.

"야망을 가져야 한다. 집안일이든 회사일이든 사업이든 이왕 시작한 이상 내 안의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요소가 야망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성 스스로 이를 터부시한다. 예전 모 기관에서 여성리더십에 관한 특강을 했다. 강의가 끝나고 한 여성이 내게 웃으며 다가왔다. 강의내내 열심히 듣고 받아적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분이라 무슨 질문을 던질까 궁금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이 나왔다. "공감하는 강의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야망을 비전이라는 말로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제안을 하더라. 여성이 야망을 가지면 주변에서 평이 안 좋아진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왜 여성은 스스로 야망을 가지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걸까. 능력이 안되면서 야망만 큰 경우가 문제이지, 능력이 있으면서 야망이 있는 것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자 요건이다."

◇약력

▲1961년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미국 남가주대 교육학 박사 ▲행정고시 28회 ▲여가부 차별개선국장 ▲보육정책국장 ▲권익증진국장 ▲대변인 ▲차관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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