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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완장 차고 돈 뜯어낸 최태민···'문화' '스포츠' 내세워 뭉칫돈 모금한 최순실[박근혜·최 패밀리 40년 게이트(3)] 구국봉사단 판박이 미르·K스포츠 재단으로 거액 조성 '그 아버지에 그 딸'
   
▲1975년 9월 대한구국선교단과 서울시의회가 자매결연을 맺은 자리에 나란히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큰 영애와 최태민씨. 왼팔에 멸공 글씨와 십자가가 그려진 완장을 찬 사람이 최태민씨다. /사진제공=우먼센스

'여성경제신문'은 자매지인 '우먼센스'가 지난 1990년 12월호, 1993년 11월호, 1994년 8월호에서 보도한 최태민(1994년 사망)·최순실 단독 인터뷰 및 주변 인물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 부녀간 40년 인연을 5회에 걸쳐 되짚어본다. 최태민 씨는 국정을 뒤흔든 메가톤급 게이트의 장본인 최순실 씨의 부친으로 당시 기사 내용을 반추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 집착하는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 

"엄청난 돈이 기부금으로 들어왔죠. 누가 감히 거절하겠어요. 돈을 못줘 안달이었죠."(구국봉사단 관계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멘트같다. 그렇다.

최순실(60) 씨의 부친인 최태민(1994년 사망) 씨가 1978년에 조직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 큰 영애를 '마스코트'(명예총재)로 앉힌 '구국봉사단'은 이번 국정 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된 '미르·K스포츠 재단'과 하는 짓이 닮았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최순실 씨의 자금 및 사업 창구로 지목되는 곳이다. 최태민 씨는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들었고, 이 단체는 이후 구국여성봉사단→구국봉사단→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권력의 힘을 빌어 거액을 조성했고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모금 취지와 달리 거둬들인 돈이 개인 호주머니로 흘러갔다는 점에서 40여년의 시차를 둔 두 정체불명 단체의 업무 흐름도(flowchart)가 유사하다.

구국봉사단 핵심 간부였던 K씨는 1993년 ‘우먼센스’ 11월호에서 모금 경위에 대해 무늬만 자발적 기부일 뿐 속내는 보험용 강제 헌납이었다고 증언했다.

"기업체마다 최태민에게 줄을 대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정말 엄청난 돈이 기부금으로 들어왔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재벌들부터 시작해 중소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생각해보세요. 대통령의 딸이 사회사업 좀 한다는데 누가 감히 거절하겠어요. 돈을 못줘 안달이었죠."

최태민 씨가 1970년대 중후반 현직 대통령 일가를 호가호위하며 기업계 돈줄을 전방위적으로 저인망식으로 캐냈다는 뜻이다.

기부금 자진납세를 거부했던 업체가 본보기로 혼쭐이 나자 기업계는 더욱 꼬리를 내리고 살아있는 권력 앞에 알아서 기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순순히 갖다바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그때 기부금을 거절한 곳이 벽산그룹이었어요. 김인득 회장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최태민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세무사찰까지 당하고…호되게 혼났지요."

구국봉사단 자금담당으로 최태민 씨의 심복이었던 C씨의 '우먼센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벽산은 모든 장부와 서류가 청와대까지 들어갔고 치안국(현 경찰청) 특수대에까지 불려다닌 끝에 결국 얼마간의 기부금을 토해냈다고 한다.

경제계와 마찬가지로 유정회(유신체제하에서 대통령의 추천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된 전국구 국회의원들이 구성한 원내교섭단체) 의원 공천이라든가 군장성 진급에까지 최태민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 우먼센스 1990년 12월호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이 당시 박 대통령은 80년대 초 고립무원의 시기에 자신을 도와준 유일한 사람인 최태민씨에 대해 매우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간에 떠도는 최씨에 대한 루머에 대해서도 믿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제공=우먼센스

박근혜 구국여성봉사단 명예총재의 지시로 1978년 5월 발족한 연예인새마음봉사대의 초대 대장을 맡았던 코미디언 심철호씨는 '우먼센스'와 인터뷰에서 "최태민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던 시대였어요. 간부들은 최태민씨를 대통령 모시듯 했고…한마디로 미니 청와대였죠"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기독교 교계의 L목사는 '우먼센스'와 인터뷰에서 최태민의 파워를 실감케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구국봉사단에서 만든 구국십자군이 실제 군인들 뺨칠 정도로 위세를 떨쳤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계급이었죠. 십자군의 계급이 십자가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그렇다 치고 그 모양을 생각해봐요. 십자가의 아래위를 약간 줄이면 별모양 비슷할 거 아닙니까? 제복을 입고 그것을 달면 마치 장성처럼 보였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행사 참석을 하려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던 천안지구 단장이 있었죠. 헌병이 검문을 하려고 했죠. 군인 비슷한 복장인데 군인하고는 다르니까 무슨 특수부대인 줄 알았겠죠. 그러자 그 단장이 호통을 친 겁니다. '이놈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검문을 하려는 게냐'고요. 그러자 그 헌병은 혼비백산해 내려가서 상부에 보고를 했고 즉각 조사가 벌어졌죠. 그러나 결국 유야무야되었어요. 정점에 최태민과 박근혜가 있었으니까요."

정·재계·사회계에 이어 구국봉사단의 모태가 기독교였다는 점에서 일부 권력지향적 목사들도 어떻게 하면 줄을 댈 수 있을까 눈치를 보곤 했다는게 L목사의 회고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 그리고 올해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이 재벌들로부터 거둔 모금액만 800억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각 17억원과 28억원 등을 출연한 것 외에 지난 5월 초 다시 K스포츠의 체육시설 건립에 70억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이 뭉칫돈은 6월 초에 돌려받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직후인 6월 10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재계에서는 궁지에 몰린 롯데를 최순실씨 측이 검찰 수사로 압박해 자금을 뜯어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모금 수법이나 최순실 씨 및 측근들이 평소 곳곳에서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했다는 정황 등을 보면 '삥뜯는 재주'에다 '갑질'까지 부친으로부터 전수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국정개입 비리는 부녀 간 공통분모다.

'봉사단'이라는 명패만 달았지 각종 비리 행각을 서슴지 않았던 과거 최태민 씨의 행태를 딸인 최순실씨가 대(代)를 이어 재현한 꼴이 됐다. 그 중심에 최 씨 패밀리의 꼭두각시 놀음에 취한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송금종 기자  sheriff1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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