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광주비엔날레와 표현의 자유
[칼럼]광주비엔날레와 표현의 자유
  • 김형배 논설주간
  • 승인 2014.11.14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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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성장했던 광주비엔날레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터전을 불태워라’라는 거창한 주제를 내걸고 지난 9월5일 개막식을 올린 이후 66일 만인 11월9일 막을 내린 모습이 조용하다 못해 초라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적지 않은 이들은 안타까움을 토해내고 있다.

2년에 한번 열리는 비엔날레로 열 번째, 햇수로는 20년째였으니 이제는 당당히 성년을 맞아도 될 만했는데, 왜 이리도 초라한 끝맺음을 하게 되었을까?

시민사회로부터 안티와 보이콧라는 모욕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현지 예술계는 그 까닭을 표현의 자유에 대회의 온 생명을 걸다시피 해온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대 비엔날레의 하나라는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게 올해 관객 수가 역대 최소라는 수치스런 기록이 그 뚜렷한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 사태가 이 축제를 망친 주범이라며 광주 시민들과 예술인들은 큰 실망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1995년 광복 50돌과 ‘미술의 해’를 기념해 출범한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한국 미술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한편, 광주의 빛나는 문화예술 전통과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진전을 뜻했던 5.18항쟁 정신을 문화 가치로 승화시켜 세계로 알렸다는 자부심을 지켜왔다. 그러기에 전 세계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아온 것이다. 짧은 역사에도 세계적 비엔날레로 도약할 수 있었던 동력은 다름 아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보장이었으며, 그 덕에 출발부터 이미 성공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만큼 올해 <20돌 특별전>은 “예술을 매개로 해 광주 정신을 구현한다” 하는 설립 취지에 어울리게 기획과 출품, 전시 모두가 표현 자유의 토대 위에서 특별하게 짜여졌어야 한다. 38개국 1백여명의 작가가 작품 413점을 대거 출품해 내용을 채웠던 것도 그 대의명분 덕분이었다.

그러나 큰 마당답지 않게 표현 예술에 대한 당국의 사전 검열이 멋대로 작동되는 부끄러운 오점을 남긴 대회로 기록되는 수치스런 대회가 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 사회를 휘감고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문제가 예외 없이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도 고스란히 표출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대응과 무책임을 비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은 예술작품으로서보다는 정치의 색안경을 통해 ‘제거’돼 비엔날레 전체를 먹칠하는 또 하나의 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비엔날레 주제 ‘터전을 불태워라’를 내건 재단은 작품에 대한 권력의 “가만히 있으라”는 사전 검열 겁박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고 대회에 파멸적 결과를 자초했다.

1980년 그 엄혹했던 역사의 순간에도 자신을 불살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큰 별로 떠오른 광주 시민사회를 등돌리게 만든 결정타가 되고 만 것이다. 광주 시민들이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깊은 자기 성찰의 늪에 빠져버린 결정적 원인이라고 본다.

‘세월오월’ 작품 철거를 둘러싼 당국-재단과 시민사회의 대립과 갈등은 앞으로 표현 예술의 존립 이유와 근거에 대한 작가들의 본질적 의문에 부닥칠 것이다. 검열사태를 대회 존립 그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이곳에서 역력히 감지된다.

비엔날레 폐막 당일 도시의 다른 한 켠에서 또 다른 비엔날레 운동이 펼쳐지는 것이 그 명백한 방증이다. 지난해 안티운동에 이어 아예 보이콧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뜻있는 예술가들이 주도하는 이 운동은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온전한가’라는 주제를 내걸고 있다.

관객수 급감은 대중 외면의 구체적 증거이다. 평년작에도 못미치는 입장객수를 계산할 줄 안다면 이쯤에서 주최측(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깊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예술은 시대의 아픔과 새 세상을 향한 인간의 구원을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표출을 통해 표현하는 행위이다.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예술가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생명과도 같은 인간 존재의 고갱이이다. 작가와 연출자, 행위자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마음껏 뿜어내는 압도적 창의력의 발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현예술의 전시행위야말로 상업에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광주비엔날레는 이제 전면적 혁신의 기로에 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속가능한 대회 존립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보장, 즉 검열 철폐로만 가능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권력 간섭 못지 않게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과도한 몸사리기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있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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