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획정’ 못지않게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급하다
[칼럼]‘재획정’ 못지않게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급하다
  • 김형배 논설주간
  • 승인 2014.11.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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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함께 선거구 재획정 논의가 한창이다. 개헌만큼 중요한 의제이므로 인구 대표성을 감안한 선거구 재획정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논의가 재획정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이제부터 국민의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이 대의성 제고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민주국가들은 대의 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처럼 소선거구제가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다분화한 현대 사회의 계층간 집단간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결함을 지닌다.

소선거구제는 무엇보다 종다수 득표자의 승자독식 때문에 불합리한 점이 적지 않게 노출된다. 낙선자가 얻은 무시 못할 표가 사표로 남아 민주주의의 대의성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서유럽 국가들 상당수가 채택하고 있는데, 장점이 더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처럼 워낙 지역색이 강하지만 이를 합리적 대의제도의 시행으로 극복하고 있는 모범적 국가로 꼽힌다.

남북과 동서로 정당 지지성향이 크게 갈려, 만약 소선거구제가 적용되었더라면 사민당(SPD)과 기독교민주연합(CDU), 기독교사회주의연합(CSU) 등 몇몇 정당이 국토를 지역별로 분할하는 지역 맹주의 분할 국가로 남을 뻔했다.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는 이들 정당이 독식했을 터였다. 그리고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은 단 한석의 연방의회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SPD는 주로 북부 공업지대, 기민당과 기사당은 남부와 중부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타개하기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 아래서는 각 당은 권역별로 지역구 후보와 정당 비례 대표 순번표를 선관위에 등록해 선거에 임한다.

예컨대 공업지대인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인기가 높은 사민당 후보가 거의 대부분 당선되었다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에 등록한 다른 당의 비례대표 후보도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

한 정당이 과도하게 지역구 당선자를 냈을 경우 그 정당에 대해 비례대표를 적게 할당하거나 아예 의석을 주지 않는 규정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남부 바이에른주에서는 CSU와 CDU가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역시 SPD에서도 이 지역에서 연방의원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녹색당이 지역구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이 제도 덕분에 10여명의 연방의회 의원을 확보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심지어 권역별 정당 명부 비례대표로 이중 등록된 지역구 낙선자가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모두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덕분이다. 보통 지역 패권 정당을 제외한 제2, 3, 4당 득표 정당 순서로 비례대표를 할당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도입돼 영남과 호남에서 제2, 제3당 후보 당선자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 통합과 지역주민 이익 대변에 보탬이 될 것은 명백하다. 

이 제도는 사회 통합적 순기능뿐 아니라 산업화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이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가 지역맹주를 자처하는 양대 정당의 기득권 고수에 밀려 채택되지는 못했다.

선거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선거구 재획정에 못지 않게 국민의 의사를 올바로 대표하게 하는 권역별 정당 비례대표제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까닭이다.

더 이상 호남=새정치민주연합, 영남=새누리당 식의 후진적 현행 소선거구제는 이쯤에서 폐지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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