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홍콩
태풍의 눈, 홍콩
  •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0.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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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영화와 질곡은 1841년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그 명운은 불확실성의 해무

▲ 수필가 송장길

속에서 불안하다. 당시 인구 7천5백여 명이 산재해 살던 어촌지역 홍콩은 영국 아편상들의 중국 진출 거점이었던 것이 그 소용돌이 역사의 출발이다.

청나라가 1839년 아편의 수입금지령을 내리자 아편상들의 로비를 받아 영국군이 개입, 청조淸朝를 굴복시켜서 99년 간 홍콩의 조차租借통치권을 받아냈고, 1860년 2차 전쟁으로 인근 주릉九龍지역까지 확보한 영국은 홍콩을 자유항으로 개방해 아시아의 보석으로 키웠다.

영국은 빅토리아문화를 홍콩에 이식시키면서 잠자고 있던 아시아 지역의 재화를 거둬들였으며, 여세를 몰아 입지조건이 좋은 홍콩을 인근지역의 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허브로 성장시켰다. 영국의 기술적인 식민통치 아래에서 주민들은 번영의 낙수落水혜택을 챙겼으며, 제한된 자유에 길들여졌다.

1997년 영국이 조차만료로 물러가면서 남긴 중,영협정의 결과 50년 동안 유지될1국가2체제아래 살면서 홍콩주민들은 장래 운명을 걱정하고, 서서히 옥죄어오는 중국의 간섭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2017년에 있을 행정수반의 선거에서 선거인단 1200명의 50% 이상 지지를 받는 2~3명의 후보만이 출마할 수 있다는 조건을 하달한 것은 명백히 구미에 맞는 인사로 수반을 뽑겠다는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의 시위는 당초 17세 고등학생과 대학생, 교수, 목사 등이 앞장 선 “센츄럴을 점령하라”는 구호아래 불붙었지만, 대중시위는 연일 불길처럼 번져 연인원 수백 만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대규모 시위가 됐고, ‘우산혁명’으로 불리며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퇴진압박에 몰린 렁춘잉 현 행정장관이 대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중국 당국은 대만과 티벳, 그리고 본토로 민주화의 물결이 번질 파급효과를 우려해 물러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강제진압으로 강수를 둘 경우 제2의 텐안먼天安門사태를 빚어서 받게 될 국제적 비난과 제재압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이다.

홍콩은 문화혁명과 텐안먼사태 때 수백 만의 군중시위대와 수천명의 병력이 충돌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전례가 있고, 그 후에도 보안법제정과 애국교육문제로 중국이 야금야금 장악하려는 시도에 수십 만 명이 반대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는 홍콩주민들의 중국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중국당국과 홍콩주민 간의 대립은 골이 깊어서 앞으로도 홍콩의 앞길이 평탄치 않을 것 같다. 주민들의 자유의식은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것이고, 일인당 국민소득(PPP)이 5만5천여 달러인 홍콩은 6천여 달러인 중국과는 섞일 수 없는 많은 차이가 있다.

홍콩은 영국의 통치 외에도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점령, 냉전으로 인한 멍에, 중국에로의 주권반환 같은 큰 굴곡을 겪었고,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사스 발병,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 등으로 심각한 불경기를 당했다.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막 경기회복을 체감하려는 계제에 정치적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나서서 홍콩의 민주화 움직임을 지지하는 일은 주로 민주주의 질서를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세력을 견제하는 숨겨진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이 무자비하게 시위를 진압하고, 통제를 노골화하면 홍콩의 민주주의는 크게 위축되고, 홍콩 특유의 번영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이 홍콩주민들의 요구에 속절없이 밀리면 중국의 체제는 급격한 변화에 휩쓸리면서 국가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는 큰나라의 흔들림에 따른 주변국과 세계질서, 그리고 경제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명분 있는 방법으로 홍콩주민들의 여론을 수용하되, 중국체제의 급격한 붕괴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윈윈의 화합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중국이 문제의 발단인 행정장관 선거에 저의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선거의 조건을 철회하되, 대화를 통해 제기된 앙금들을 풀고 더욱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하기로 하면 된다. 그것이 어려운 세계질서와 세계경제를 안정시키는 왕도가 될 것이다. 또한 등소평이 인근 선전에 최초의 경제특구를 설치해 중국굴기의 첫 삽을 뜰 때 홍콩이 크게 기여한 데 대한 반대급부도 될 것이다. 홍콩은 중국에게도 중요하지만, 세계의 경제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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