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노인을 위한 국가는 없다?
[칼럼]노인을 위한 국가는 없다?
  • 김형배 논설주간
  • 승인 2015.05.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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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강북삼성병원 원장을 지냈던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는 현 시대에는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한 것이 ‘사회적 나이’라고 주장한다. 이 박사는 그 근거로 생체의 성장기에 5배를 곱해야 기대수명이 된다는 논리인데, 그의 공식은 일면 타당한 측면도 갖고 있어 보인다.

예컨대 필자 나이가 63세이니 0.7을 곱하면 44세가 되는데, ‘44세의 나’를 상정하니 갑자기 근거도 없이 기분만은 좋아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물론 이 박사의 주장이 나이를 줄여도 너무 줄인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그의 말에 일정 정도 수긍하는 듯하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65세가 되는 내 친구나 가까운 연배의 윗세대 분들도 경로석에 앉기를 꺼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감독원이 피감독업체인 생명보험사들에 보낸 공문에는 기대수명을 90세로 잡아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회적 나이뿐 아니라 생체 나이 또한 훨씬 길어진 것이 느껴진다.

대한노인회가 노인의 연령 기준을 올리자는 제안을 하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 노인회는 이달초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면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혜택 개시 시점이 따라 오르게 되니 복지예산이 부족하다는 정부 당국의 처지에서는 고맙고 반갑기 그지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시키자는 주장은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다. 노인의 신체 연령이 종전보다 7년 정도 낮아진 점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다만 이를 공개적으로 제안하진 못했는데 노인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런 마당에 이번에 당사자인 노인회가 양보 카드를 건냈으니 논의의 물꼬 정도는 틀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출산율은 꼴찌, 고령화 속도와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돼 있다. 그런 상황에 이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65~69세 노인계층의 소득과 의료비 부담이 폭증해 아직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부머가 당장 직격탄을 맞을 것이 뻔하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압도적 1위로 고착화되기 십상이다. 그러잖아도 노인들이 살기 어려운데 ‘한국은 노인지옥의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딱 알맞다.

노인 연령을 높이는 데는 각종 보완적 사회 안전 장치 마련이 시급할 것이다. 복지와 소득, 정년 연장, 노인 재취업 대책 등을 포괄적으로 함께 준비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화의 논의가 나온 차제에 국가가 또 다른 공적기구, 예컨대 국가노인 복지위원회(가칭) 같은 것을 만들어 노인계층을 비롯해 사회 여러 부문이 참여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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