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해자들은 왜 강기훈 무죄 판결에 사죄 않는가
[칼럼]가해자들은 왜 강기훈 무죄 판결에 사죄 않는가
  • 김형배 논설주간
  • 승인 2015.05.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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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드레퓌스’로 불리던 강기훈씨가 유서대필조작사건과 관련해 엊그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1991년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간부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작성했다는 누명을 쓰고 기소된 지 24년만이다.

스물일곱의 청년은 이제 쉰을 넘었고, 홍안이었던 얼굴에는 간암 수술 여파로 인한 병색이 완연하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참혹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자살방조의 누명을 쓴 강씨는 감옥행을 했던 1991년은 집권세력의 민주화 운동세력 탄압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이 사건 조작을 통해 민주화 운동 국면을 결정적으로 공안정국으로 되돌린 한 해였기 때문이다. 민주화세력은 ‘사람목숨까지 운동의 수단으로 삼는 비인간적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강씨는 그 공안 조작의 희생양이 되어 ‘자살방조범’이라는 참혹한 누명까지 뒤집어썼다.

이제 재심을 통해 진실은 가려졌다. 강씨의 죄는 누명이었으며 그의 기소가 잘못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거짓 기소에 앞장서는 데 한몸이었던 검찰과 경찰, 그리고 기소된 피의사실이 뻔한 거짓말인데도 이를 외면한 채 죄의 올가미를 씌운 법원은 왜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가?

이들은 재판과정에서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당사자인 강씨 자신의 구명노력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재심심판을 질질 끌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재심 권고에 따라 강씨가 재판을 청구한 2008년 이후 서울고법이 이듬해 재심 무죄를 판시했음에도 검찰은 대법원에 항고했을 뿐 아니라 대법원 또한 3년 세월을 흘려 보낸 것이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강씨에게 검찰과 법원은 2차 가해를 저지른 격이다.  

강씨의 무죄 확정판결은 이들의 잘못을 최종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던 검찰과 경찰 당시 수사담당자들은 우선 사과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한사람 나서서 사죄의 말을 했다는 이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기 어렵다. 당시 수사검사들은 심지어 “시대에 따라 증거가치의 평가기준이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아니, 유서대필이 당시에는 ‘사실’이었으나 24년이 지난 지금은 ‘조작’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인가?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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