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금융서비스 시장의 자유와 경쟁, 그리고 경쟁력
[칼럼]금융서비스 시장의 자유와 경쟁, 그리고 경쟁력
  • 강희복 / 도로주소연구원 이사장, 전 조폐공사 사장
  • 승인 2015.04.09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우리는, 조직은 자유(시장경쟁과 선택)가 없으면 책임도 거부한다. 자유에 따른 책임이지 자유가 허용되지 않으면 책임도 지기 싫다. 이런 정신의 TV프로그램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1976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밀튼 프리드만의 1980년 작품)는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은행, 금융지주, 투자운용 등 금융기관을 가까이 지켜본 나는 이들이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지배구조(이사회와 감사 등)의 구성과 규칙도 일률적으로 정부가 상세히 시달하였고, 경영진 인사에서도 정치적 결정이 지배하였다. 한 동안 대통령과 같은 동문들이 4대 금융지주를 다 차지할 정도였다. 혹자는 이들의 능력이 탁월하였다고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금융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한 언론은 사설에서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 10년인데 경쟁력이 우간다 수준”임을 한탄하였다.

은행 말단에서도 자유와 책임(상과 벌)을 찾기 힘들었다. 최근 한 언론(조선일보 2015.3.31.)은 내부고발자가 포상을 받지 못한 사연을 보도하였다. "금융감독원이 탐탁해하지 않아서요." 2013년 말 국민은행 직원들의 국민주택채권 위조 사건을 적발하는 데 공을 세운 여직원 A씨는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상(賞)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금융시장에서 금융서비스는 금리와 상환조건이 가혹한 업체 쪽으로 왜곡되어 번성하고 있다. ‘묻지마 식 대출’ 광고가 홍수를 이루면서 순진한 서민을 세뇌시키고 있다. 초고금리라든지 상황기간이라든지 대출조건은 알려주지 않고 ‘전화 한통으로 돈을 준다’는 반복식 세뇌 광고가 어려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반면에 좋은 대출기관, 예를 들면,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은 찾기조차 어렵다. 굳이 인터넷 검색하면 몇 군데가 나오지만 시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악성부채가 쌓이고 그래서 많은 서민과 청소년이 도저히 감내하기 힘들면, 정부는 부득이 개입하게 된다. 소위 가계발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 혹은 금융자원을 강제로 동원하고 탕감해주고 있다.

또 다른 면에서 우울한 소식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금융업 전반에 불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종사자가 금융서비스산업에서 직장을 떠나고 있다. 언론 보도를 참고하면 은행권에서 작년 한 해 약 3천명이 감원되었고, 생명보험업계에서도 2천명 이상이 떠났으며, 증권업계는 더 한파에 시달려 4천명 정도가 실직하였다. 최고의 일자리가 증가는커녕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부총리는 금융당국과 금융업을 겨냥해 "뭔가 고장났다"고 강하게 타박하면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최 부총리의 비판은 부가가치, 일자리, 세수 등 측면에서 금융업이 제대로 경제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부가가치 창출여력이 감소해 일자리가 줄고 수익감소와 자본시장 위축으로 세수 확대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2015.3.4. 보도).

지식창조 경제시대에 금융서비스산업이 걸림돌이라는 사실은 무척 당황스럽다. 지식창조는 경제발전과정에서 가장 선진된, 부가가치가 최고인 단계인데, 이 단계로 들어선 어느 나라가 금융서비스산업의 개혁을 걱정할까? 지식창조의 선두주자이며 엔진에 해당하는 이 산업에서 새삼 개혁을 논해야 한다면 지식창조경제는 허울에 불과하다.

개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탓할 수 없지만 무엇이 개혁의 대상인지, 그 방향은 어디인지에 대해 숙고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동안 금융개혁이 부진하였다는 사실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이 모두 잘못 선정되었다는 반증이다. 사실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은 ‘부도가 예정된 수표’라고 본다. 정부가 할 개혁은 시장에서 악성 바이러스를 몰아내고 금융시장의 인센티브가 잘 작동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좋은’ 금융기관과 금융인에게는 인센티브가, 반대의 경우에는 벌칙이 엄중하게 작동한다면 시장의 힘으로 개혁이 진행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