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샹그릴라는 어디에
[칼럼]샹그릴라는 어디에
  • 김영회 언론인
  • 승인 2015.04.0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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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토피아가 어디에도

없는 곳이듯 무릉도원 또한

현실세계에는 없는 가상의

낙원일 뿐이다.

그러면 샹그릴라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는 뜻의 이말은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 있는 명구입니다. 장자가 추구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이상향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중국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보면 세속을 초월한 별천지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나옵니다.

무릉에 사는 한 어부가 고기를 잡기위해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언덕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해 있고 위쪽에 작은 동굴이 보입니다. 어부가 굴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바깥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마을은 평화롭고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이미 오래, 오래전 전란을 피해 그곳에 들어와 살고있는데 도대체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부는 바깥세상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융숭한 대접을 받습니다.

어부가 돌아가려고 하자 사람들은 이곳 마을에 관해서는 일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하지만 어부는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들이 너무도 신기했던지라 다음에 또 찾아 오기위해 길목마다 표시를 해놓습니다. 마을로 돌아 온 어부는 고을태수에게 자초지종을 아뢰었고 호기심을 느낀 태수는 어부를 앞세우고 따라나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표식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어부와 태수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어 허탕을 치고 되돌아가고 맙니다.

후세 사람들은 도화원기가 나오고부터 어디서도 찾을 수없는 이상향을 지칭할 때 ‘무릉도원’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동양의 한자문화권에서 일컬어지는 이상향, 도원향(桃源鄕)의 그림에는 어김없이 만발한 복숭아 꽃밭이 나오고 세속을 초월한 별천지 선경(仙境)이야기가 줄거리가 됩니다.

조선 초기 때 화가 안견(安堅)의 걸작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을 거니는 꿈을 꾼 이야기를 듣고 그린 그림입니다. 중요문화재 제1152호인 몽유도원도는 실경산수가 아닌 상상 속 관념산수화인 것입니다.

샹그릴라(Shangri-La)는 영국의 작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3)'에 나오는 가공의 장소입니다. 소설에는 곤륜산맥의 서쪽 끝자락 어디엔가 숨겨져있는 신비롭고 평화스러운 계곡, 외부세계로부터 감추어진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있는 유토피아로 묘사되어있습니다.

샹그릴라는 ‘내 마음의 별과 달’, ‘늙지않는다’는 티베트어인데 소설이 인기를 얻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말은 지상어딘가에 존재하는 ‘천국’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어있습니다.

이상향인 샹그릴라 사람들은 아름답고 따스한 고장에서 불로불사무병(不老不死無病), 즉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병도없는 평화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1933년 소설이 발표되고 영화로도 몇 차례 개봉이 된 뒤 샹그릴라는 이 세상의 지상낙원으로 세계인의 마음에 뿌리 깊게 새겨졌습니다.

그러나 사실 작가인 힐튼은 그곳을 가 본적이 없고 정작 이곳을 여행했던 사람은 미국인 식물학자 조셉 록입니다. 1924년부터 11년동안 이곳에서 조사활동을 벌인 그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여행기를 기고한 것이 소설의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해발 3,500미터의 고산지대이면서도 푸른초원이 펼쳐지고 눈쌓인 설산(雪山)임에도 온화한 기온이 사철 변함없는 곳, 갖가지 고산식물의 낙원인 이곳에서 욕심없이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삶은 그대로 샹그릴라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곳 이야기를 접한 제임스 힐튼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잃어버린 지평선’을 썼고 사람들은 그 미지의 경지에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비행기 사고로 설산에 불시착한 사람들, 운좋게도 그들은 샹그릴라에 왔고  그곳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결혼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그러나 바깥세상으로 나가자 갑자기 늙어버리고 맙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소설로, 영화로 샹그릴라의 명성이 전 세계로 알려지자 중국정부는 2001년 이곳 중텐(中甸) 지역의 행정구역 명칭을 아예 샹그릴라(香格里拉)로 바꿨습니다, 샹그릴라가 무릉도원으로 유명해지자 미국에서는 한때 대통령의 별장을 샹그릴라로 명명하는가 하면 현재 전세계 50개 대도시에 도시속의 무릉도원이라하여 특급호텔 ‘샹그릴라’가 성업 중이기도 합니다.

현재 샹그릴라에는 장족(壯族) 17만, 티베트족 5만, 도합 22만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를 유지하며 중국 정부에서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명의 남편을 거느리고 사는 이곳 여성들이야말로 명실 공히 무릉도원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는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모어가 1516년에 만들어 낸 말로 그의 작품 ‘유토피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인 Ou(없다),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않는 상상속의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 말입니다. 아무 곳에도 없는 그곳이 이상향의 대명사가 되다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장자의 ‘무하유지향’이나 ‘유토피아’나 ‘샹그릴라’나 현실세계에는 없는 이상향, 즉 상상속의 낙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명한 사회이건, 미개한 사회이건 인간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행복한 파라다이스를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절실한 인간의 갈망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바가 없는것 같습니다.

지상에 무릉도원이 있든 없든, 유토피아가 있든 없든 우리는 주어진 환경대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신앙을 가진 종교인들은 이승을 떠나면 천당이나 극락에 가는 것을 믿고 열심히 기도하고 보통사람들 또한 그곳에 가고 싶은 막연하나마 꿈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면 도원경은 어디에 있고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나라에서 수륙만리 샹그릴라까지 온 관광객이 사원을 찾아 간절히 묻습니다.

"스님, 샹그릴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합니다,

"샹그릴라를 찾지 마라. 샹그릴라는 네 마음 속 설산을 넘어 숲이 있는 곳, 그곳이 샹그릴라이다. 샹그릴라는 네 마음속에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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